Artist Statements
나는 ‘최선을 다한다’는 개념에 오래전부터 흥미를 느껴왔다.
그건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말이지만, 우리는 자꾸 그걸 보여지는 어떤 행위나 결과로 바꾸려 한다.
그래서 그걸 따라가다 보면 오히려 “이게 정말 중요한가?” 하는 허무함에 닿게 된다.
기준이 없고, 반복되는 자기 확신 끝에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온 듯한 상태에 머물게 된다.
그 순환 안에서 나는 시선을 떼지 못하는 장면들을 마주하게 된다.
마무리되지 못한 마음이나 닿지 못한 바람이 깃든 풍경에 오래 머물게 된다.
예전에 같은 빌라에 사시던 할아버지가 밖에서 사용하시던 나무 의자를 파이프에 철사로 엉성하게 묶어 두신 적이 있었다.
비 오는 날, 그 의자는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었고, 빗물을 피하려는 듯 얇은 비닐로 감싸져 흐릿한 형태로 남아 있었다.
역할을 끝낸 듯하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 놓여 있는 모습은, 이미 멈춰 있지만 어딘가 도달하지 못한 감정을 떠올리게 했다.
나는 그처럼 제대로 다다르지 못한 채 남겨진 장면들에서 감정이 움직인다.
그 상태는 늘 혼란스럽고 그립고, 한편으론 멈추지 않고 더 바라보게 만든다.
내 작업은 그런 끝맺지 못한 마음이 머무는 자리에서 시작되고,
그 감정들을 다시 떠올리는 시도 속에서 이어진다.